Can U Celebrate? 어쩔 수 없는 바람에 휩쓸려서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아. Music











98~2001년의 3년 동안, 나는 홋카이도 삿포로 시의 공립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녔다. 초6에서 중2때 까지이다.


일본어는 아침, 점심, 저녁 인사 정도와 히라가나를 떠듬떠듬 읽을 수 있는 정도의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들어가게 된 학교에서는
말귀도 못 알아 듣고 말도 못하는, 교실에 앉아 있지만 누구보다도 바보가 된 상태였다.
이동 수업이 있다는 것도 당연히 못 알아 들었으니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 다녀오니 반 안에 학생이 아무도 없어서 패닉 상태로 학교 중을 돌아다녔더니
모두 미술실에 있고 담임이 "너 왜 이제 오냐?"라는 식의 말을 건넨 그 순간들, 매 순간들이 상처라면 상처였었다.

생각해보면 그런 상태에서 어떻게 매일 학교에 간다는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릴 적의 나에겐 선택권이 없었다.
오늘도 갑갑한 하루가 시작되겠지, 애들이 나를 놀리겠지, 빨리 학교 끝났으면 좋겠다
그 생각으로 학교에 발걸음을 옮기던 중, 아이들이 쉬는 시간마다 음악실에 가서 논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연히 따라가 본 음악실에는, 당시 한국 학교에서는 구경도 못했던 방음 시설, 그랜드 피아노, 마림바, 아코디언 등 온갖 악기들이 있었다. 물론 모든 악기들을 다 꺼내서 칠 수는 없었겠지만, 피아노는 자유였기 때문에 애들이 돌아가면서 한 곡 씩 치곤 했다.
(생각해보면 초등학생들끼리 다툼이 일어나지 않고 순서대로 쳤다는 게 일본스럽다)

아마 그 때 이 노래의 멜로디를 처음 들었던 것 같다.
인트로의 Can U Celebrate의 강진행. 아, 이 노래 뭐지? 멜로디만 들어도 까먹을 수 없는 노래.
그 때 누군가가 "파쿠 상도 한 번 쳐 볼래?" 라고 피아노 자리를 넘겨줬다. 동정인지, 배려인지,
혹은 애들 앞에서 더 웃음거리로 만들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다행히도 피아노를 칠 줄 알았고, 그 때 막 앞의 친구가 쳤던 이 노래의 인트로를 바로 따라쳤던 기억이 난다.
아이들의 표정이 바뀌었다. " 너 이 노래 아니? "  "아니 몰라" (대충 이런 식의 눈치껏 알아들었던 대화)


그 때부터, 학교 생활이 조금씩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피아노를 칠 줄 안다, 라는 것은 하나의 장점과 재능으로 아이들 사이에 통하기 시작했고
음악 시간 합주 때 "너 이거 칠 줄 아니까 앞 자리에 가서 쳐라" 라는 식으로, 영영 없을 것 같았던 나의 자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나에게 이 노래는 은인과도 같은 노래였다.




아무로 나미에의 Can U Celebrate는 97년에 메가 히트를 기록했기 때문에
그 여파는 98년도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었다.
더구나 Glay, Misha 등 여러 뮤지션들이 차례차례 밀리언 셀러를 기록하는 호황기에다 밀레니엄 분위기까지 있었던, 무언가 기분이 붕붕 떠다니는 분위기가, 당시 노래들에 묻어나고 있었다. 

아무로 나미에가 이 노래를 부를 때는 항상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부른다.
복귀 후 홍백가합전에서 눈물을 흘리며 불렀던 장면은 아마 그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선명히 남아있는 장면.

오키나와 출신(근대 이전 류큐 왕국이었던 지역이라 일본 내에서도 특수한 위치이다)으로 인한 극우 세력으로부터의 공격,
갑작스러운 임신과 결혼으로 인한 휴지기, 이혼, 복귀,
어머니의 비극적인 죽음.
J-POP의 여왕인 그녀는 너무나도, 너무나도 힘든 일을 겪으면서도 노래를 그만두지 않았다.


왜?



데뷔 후 곧바로 여왕의 자리에 등극, 일시 은퇴 후 복귀 이후에도 차곡차곡 다시 예전의 명성을 쌓아가면서도
항상 이 노래를 부를 때의 그녀의 울컥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 노래 가사 안에 있는 구절, "어쩔 수 없는 바람에 휩쓸려 살아가고 있다" "그것도 나쁘진 않지"
아마 자신의 삶이 그러하다고 생각했을까.

Can U Celebrate?는 사랑에 겨워 행복해 하는 노래가 결코 아니다.
인생의 고단함, 비극, 굴곡, 그 모든 것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며 살아온 사람에게 건네는 위로의 메세지.
그 메세지가 멜로디, 가사, 그리고 아무로 나미에라는 사람을 만나서 그 자체로 한꺼번에 듣는 이에게 들어오게 된다.




오늘, 등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떠밀리며 운명같은 자리에 올라 오랜 여정을 걸어온 아무로 나미에가 은퇴한다.
그녀의 앞으로의 인생은, 본인이 다른 사람들에게 주는 위로보다 본인이 더 위로받는 삶이 되었으면 좋겠다.


고마웠어요. 이 노래 덕분에 정말 많은 시간을 버틸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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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on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