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솔직히 얘기하면 기타 한 대의 소박한 편성의 포크 음반들을 가장 못 듣습니다. 한국에서 일반적인 포크 싱어송라이터의 이미지는 위와 같은 것 같던데, 저는 라이브는 1인 편성도 좋아하지만, 음반에서는 오히려 “싱어송라이터”야 말로 풀 편성을 통해 자신의 세계관을 전달해야 한다는 취향을 가진 사람입니다. 밴드가 하나의 생명체이자 에너지, 삶의 양식이라면 솔로 뮤지션들은 자신의 정신의 끝까지 음 하나하나, 편곡 하나하나로 나타내야 하지 않을까요?
Dan Auerbach, The Black Keys 의 멤버이자 The Arcs 및 여러 활동을 통해, 앨범으로서의 그래미 수상은 물론 Best Producer of the Year도 수상했다고 합니다. 사실 이렇게 대단한 사람인지 몰랐는데 너무 좋아서 위키 등등을 찾아보다가 “아, 거물이셨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영상을 보시면 공연 장소가 <Live from the Station Inn>이라고 되어 있는데, 찾아보니까 내쉬빌의 펍 겸 공연장인 것 같습니다. 희끗희끗한 밴드 멤버들은 다른 공연 투어에도 함께 하는, 이 앨범에 있어서는 Dan Auerbach의 “팀”입니다.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음악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숨은 고수들을 모셔 투어를 진행하는 79년생 Dan Auerbach의 정신에 감탄을 하게 됩니다. 더 대단한 것은 저 공간에서 저 편성 PA가 너무 매끄럽게 진행되었고, 라이브 레코딩이 말도 안 되게 좋다는 것. 송라이터와 밴드, 엔지니어링이 삼위일체된 공연은 아마 기적이 내려온 공연이 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드럼 베이스가 대박이라고 생각합니다. 완전 취향 저격)
최근 서양 쪽 앨범으로는 Dan Auerbach, Andy Shauf, King Cruel(1집)을 가장 좋게 들었는데,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앞의 둘은 비틀즈의 현대적 해석이라는 생각이, 킹 크룰은...조금 설명을 생략하고요. 어쨌든, 기타 한 대로 루프와 공간계 돌려서 Edge 승부라는 또 다른 유행과는 다르게, 위의 뮤지션들은 70s 톤을 기반 + 디지털 레코딩 + 음압을 쭉 당겨서 현대적이라는 느낌이 드는 음반을 만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우리나라에서도 솔로 뮤지션들의 음반이 첨단을 선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뭐 사실 돈이 없으니까 어쩔 수 없는 건데, 포크 음반이라고 찾아들으면 다 어쿠스틱 기타 한 두 대로 끝내는 앨범들은 저에게는 재미가 없거든요.
어쨌든 다음 앨범을 준비하면서, 사실 쉽게 갈까라는 생각도 늘 하고 있고, 열심히 편곡하고 기를 쓰고 만든 것보다 슬렁슬렁 기타 한 대로 가볍게 부른 트랙이 압도적으로 인기가 많고(제 트랙 중에서요...) 그것이 작은 씬 안에서 “캐릭터로 묶이기 좋은” 전략이라는 점은 매우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상을 보고 너무 감동받은 저는 안(못) 바뀔 것 같네요. 2집도 전력을 다해 꽉꽉 채울 것입니다. 그리고 소박하고 비운 편성이 아닌, 필요한 부분에서는 꽉 채우고, 예쁜 모습 뿐만 아니라 터프한 면들도 담아내는 그런 음반을, 싱어송라이터이기 때문이야 말로 잘 만들어 내고 싶어요.
2월에는 몇 가지 소식이 조금 있는데, 글이 길어져서 우선 여기에서 마치겠습니다. 즐겁게 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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