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기사 뉴스만 보다가 정말 갑갑하고 분통이 터져서 글을 쓴다.
대한민국에 또다시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낮에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자식들 부모들도 있던 한 중년 남성이 무차별적으로 연쇄살인을 저지른 것. 그 대상에는 나같은 여대생들도 있었고 직장인 들도 있었고 피해자는 모두 여성들이었다. 사람들은 분개하고 있고 공개처형해라, 인권따윈 없으니 얼굴 공개해라 등등 극도로 분노를 표출하고 있고, 경찰청에서는 CCTV강화, 인력강화들에 고심하고 있다. 나 또한 극심한 공포와 분노에(게다가 난 무려 자취하는 여성인데다, 아래 층 도둑든거 몸소 신고한 적 있고, 사람 앞에서 죽어가는 거 본적도 있는 사람이다보니) 치가 떨렸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건의 전개, 수사 전개, 네티즌들의 분노표출에서 한가지 의문점을 발견한다.
"이래서....범죄가 예방이 될까?" "연쇄살인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뭘까..."
강호순의 얼굴공개 실명공개(나도 이미 쓰고 있다), 사실 범죄자의 실명공개 신상공개에 대해선 난 아직도 부정적인 편이다. 그 이유는 비단 인권의 문제가 아니라 저래서 죽은 사람이 살아오는 게 아닌데, 사람들을 대리만족시키는 느낌이 있다는 생각, 그리고 유족들의 상처를 더욱 크게 만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였다. 그런데 하도 끔찍한 범죄들이 많이 일어나다보니 나의 이러한 생각도 혼란에 점어들었다.
그런데 항상 끔찍한 범죄 후 또 끔찍한 범죄는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다. 비단 유영철 사건 후 이번 사건이 또 일어난 것만 봐도 그렇다. 세계 어느 동물들 중에 인간처럼 기형적이고 끔찍한 범죄를 일으키는 동물들은 없다. 그건 즉, 사람들이 제대로 병들고 미쳐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강호순을 사형시켜서, (흥분한 사람들 말처럼) 공개처형 시켜서 더 이상 무고한 희생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차라리 그러라고 하고 싶다.
그러나 유영철 사건을 봐서 알듯이 그럴리 없다. 이대로라면 언젠가 또 연쇄살인, 성폭행 살인 등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뉴스에서 보도되지 않는 사건들이 얼마나 많은지. 우리 학교도 한 선배가 납치되서 한 아파트에서 변사체로 살해당한 것이 발견된 적이 있다. 내가 맨날 다니던 은행 ATM기에서 말이다!
자, 아무리 CCTV를 늘려도 경찰인력을 늘려도 사실 한계가 있다. 죽이고 나서 바로 범죄자가 잡힌다고 치자. 이미 죽은거다! 물론 이러한 노력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건 절대 아니다. 범죄를 저지르는 자 입장에서는 그러한 수사망을 벗어나려고 노력하거나 범죄에 신중해지거나 포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강호순과 같은 어쩌면 사이코패스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망설이거나 범죄를 저지르기를 포기할까? 절대 아니다. 오히려 더 대담하게 강행할 것이다. 그것은 범죄 후 사형이라는 처벌이 있던 말던, 극악범죄는 멈추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이기를 포기한 장애적 행동이기 때문이다.
이런 일들을 막기 위해서는, 한마디로 "미친 사람들이 덜 양산되도록" 사회적으로 정신적 안정망을 구축해줘야 한다.
한결같이 범죄이유에 나오는 경제적 빈곤, 빈곤층에 대한 사회적 차별, 그리고 여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가령 짧은 옷을 입고 다니거나 노래방에서 일하거나 등등이면 몸 함부로 굴리는 X가지 없는 여성-, 일상적인 카운슬링제도의 부재, 점점 친구도 사라지고 정신적으로 고립화되는 현대사회의 문제. 이것들은 정말 인간을 미치게 만든다. 자, 당신이 당장 내일 먹고 살 돈도 없고 방은 춥고 도움을 청할 친구도 없다고 치자. 길거리 사람들은 나를 백수라고 놀린다. 이러면 정말 미칠 노릇이다.
물론 이러한 이유들이 범죄자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어려운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의 어려움은 그 누구도 척도를 잴 수가 없을 뿐더러, 가장 문제는
위에 나열한 이유들이 어느정도 해소되어야 흉악범죄도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지금 사회는 모든 일들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정부만 해도 열심히 일하지 않았으니 돈을 못 벌지! 자수성가해!! 이런 입장이고, 친구가 없다, 취직이 안된다, 부모님이 늙으셔서 모셔야는데 간병할 비용이 만만찮다....모든 게 다 개인의 탓으로 돌아간다. 금전적, 정신적 복지가 부재한 가운데 그 와중에 세금은 떼가고 열심히 경제회복을 위해 부품처럼 일할 것을 강요하는 사회인 것이다. 정말 어이없지 않은가? 이런데에서 분노를 느껴야 한다.
우리를 멍청하고 감수성을 둔화시키고 미치게 하는 사회인 거다.
난 정말 이런 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회의를 느끼면서도, 현대 사회의 인간들이 가엽다. (나를 포함) 언제까지, 밤거리를 걸으며 할렘가 한 가운데를 홀로 걷는 듣한 공포를 느껴야 하는가?
지금이라도 범죄에 대한 "사후대처" 가 아닌, 평상시의 제대로된 성교육과 재사회화 과정의 마련-다른 선진국가들은 신경정신과라던지, 카운슬링 제도가 지방자치 차원에서부터 마련되어 있다!- 정신적 안전망, 나아가 경제적 빈곤에 대한 복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장기적으로 대처해 줬으면 한다. 제발 이런 이리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그리고 우리 모두 주변에 더 따스한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문제의 개선은 위와 아래,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물론 윗대가리들이 잘 할 지는 미지수이지만 말이다.
결국 현재로서는 개인들에게 호소해야 한다는 사실도 약간 씁쓸하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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