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는 대략 3 부류의 마이너리티로 분류되는 민족이 있다.
북해도의 아이누, 재일교포, 그리고 오키나와 사람들이다.
(같은 일본 민족에도 불구하고 차별받는 부라쿠민들이 있는데 그 분들은 직접 만난 적이 없어서..)
마치 미국 시민법이 계정되기 이전처럼, 일본 내부의 마이너리티들은 철저히 생활공간이 분리되어 있다.
직업, 가는 가계, 사는 곳, 만나는 사람들 모두. 정말 갑갑할 정도로. 어릴 적 일본에 살 때 아버지의 일로, 매우 자연스럽게 아이누 분들과 재일교포분들과 어울일 일이 많았기에 그 느낌을 조금 알고 있다.
그 사람들은 누구보다 정이 많았고 끈끈했다. 항상 가는 '아지트'같은 선술집이나 공간들이 있었고
항상 왁자지껄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집에 가는 길엔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나에게 맛난 과자들을 듬뿍듬뿍 사주셔서
나는 멋도 모르고 너무너무 기뻐서 집에 고이고이 모셔두고 조금씩 먹었던 기억이 난다. 시간이 지나서, 왜 그 분들이 그렇게 항상 뭉쳐서 노는지, 그렇게 사람들을 반가워 하는지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지만.
하지만 오키나와 분들은 만난 적이 없었다.
다만 아무로 나미에라던지 수많은 연예인들이 오키나와 출신이 많고, 아이누 민족(북방형)처럼 외모가 엄청 구분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곳도 아열대 지방이라서 구분이 되는 분위기와 외모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그리고 오키나와의 경우 대부분 관광산업에 의존하고 있고, 실업률이 일본 1위라는 것...
그런데 이번 일본 여행 때 정말 우연히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오사카에서였는데, 점심을 먹으러 오키나와 식당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런데 아마 채 5평도 안되는 공간? 10명이 주욱 바에 앉으면 꽉차는 그 작은 공간에 대부분 5~60대 정도의 희끗희끗한, 일용직 노동자로 보이는 아저씨들이 독한 술을 마시며 (모두 서로 아는 눈치) 담배를 피며 심지어 노래방 기계로 오키나와 선율이 가득한 노래들을 부르고 있었다.
"아 정말 이상한 데에 왔구나 덜덜덜"
오키나와식 우동을 시키고 기다리는데 옆에 앉은 아저씨가 말을 걸어왔다.
왠만한 사투리도 다 알아듣는 나였지만, 흠뻑 취하신 데다가 오키나와 + 오사카 벤까지 섞여서 도저히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어서 난감한 상황이었는데, 계에에속 말을 걸어오시는 거다. 어디서 왔냐 뭐 요즘 사람들이 어떠나 뭐 이런저런 이야기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관동지방에서 왔냐고(캉코쿠-칸토로 잘못 들으신듯)ㅋㅋ계속 되물으시더니
급기야 그 독한 오키나와 술(아마 3~40도 정도?)을 내 앞에 딱! 주시는 거였다.
(바에서 내게 술을 권한 최초의 남자가 아저씨...라는..ㅋㅋㅋ 물론 골든벨 이런거랑은 다르다)
아 왠지 마셔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술 좋아해서 마셔보고 싶기도 했고..)그래서 같이 마시니 아저씨가 매우 좋아하시면서
막 잘 못알아 듣는 말을 계속 건네시는 거였다.
그러다보니 어느 샌가 그 분위기에 익숙해져서, 그리고 어릴 적 아이누 분들이나 재일교포 분들에게서 느꼈던 그 친근감, 그리고 외로움 같은 것이 느껴져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냥 끄덕끄덕 하면 알아서 이야기를 하셨으니..
그 와중에 새로 들어오는 손님들은 다들 단골들이었고, 다들 희끗희끗하고 다들 허름한 옷차림을 한 오키나와 출신 노동자들이었다. 알고보니 오키나와의 높은 실업률로 상당수가 오사카로 건너와서 노동직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러다보니 그 분들은 다른 곳에 동화되지 못하고 그렇게 타지에서 그들의 아지트에 모여 맘껏 독한 술을 마시고 맘껏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정말 이질적인 공간 안의 이질적인 공간이었다.
일정이 빡빡하여 두 번째 잔을 채 비우지 못하고 그 가게를 나올 때 나에게 술을 권해주셨던 아저씨의 눈빛이 잊혀지지 않는다.
한쪽 손을 다치셨는지 장갑을 끼고 있었고 희끗희끗한 머리에 안경을 쓰고
정말 순수하게 새로운 사람에 대한 관심, 사람에 고팠던 그 마음이 느껴져서
그 술을 마시고 살짝 취했던 그 날 낮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오늘 문득 생각나서 그 아저씨를 위한 노래를 하나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